PAV(Private Air Vehicl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 소형 항공기’ ‘도심형 항공기’로 풀이되는 PAV는 도심 내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미래 교통수단이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이미 세계 업계에선 PAV 개발 경쟁이 치열하고, 일부 업체는 양산 단계까지 이르렀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PAV 시장이 1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시장 규모가 800조~900조원인 항공업의 2배다.
김연명 항공안전기술원장은 “3년 전 50여 곳이었던 PAV 개발 업체가 현재 200개가 넘는다”며 “전 세계 항공·자동차 업계와 각종 스타트업들이 PAV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업체 PAL-V는 세계 최초의 ‘나는 자동차(플라잉카)’를 인터넷에서 팔고 있다. 우버는 내년부터 미국·호주 주요 도시에서 에어 택시를 시범 운영한다. 우리 정부도 늦었지만, 2025년 PAV를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소형 비행기로 15분 만에 날아가고, 꽉 막힌 올림픽대로를 가로질러 광화문에서 강남역까지 5분 만에 도착할 날이 10년 안에 오리란 전망이다.
◇세계 최초 ‘플라잉카’ 5억원대 판매 중
PAV는 ‘개인 소형 비행기’라는 포괄적 개념이다. ‘땅에서는 자동차,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되는 ‘플라잉카’를 만드는 업체도 있고, 비행 기능만 있는 소형 항공기를 만드는 업체도 있다.
네덜란드 PAL-V는 현재 세계 최초 양산 플라잉카인 ‘리버티’를 75만달러(약 8억7000만원), 49만9000달러(약 5억8000만원) 등 두 모델로 내놨다. 헬리콥터와 자동차를 섞은 것처럼 생겼는데, 이륙 시 수십m의 활주로가 필요해 도로가 막힐 때 수직 이륙을 못 하는 단점이 있다.
중국 지리차가 인수한 테라푸지아가 올해 양산에 들어간 초기 모델 ‘트랜지션’은 경비행기에 가까운 형태로 역시 활주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테라푸지아가 2023년쯤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TF-X’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다. 도로 위에선 영락없는 자동차, 하늘로 뜰 땐 접었던 날개를 펴는 비행기다. 그러나 이 플라잉카들은 현재 관련 제도·법규·인프라가 완비된 나라가 아직 없어, 돈 주고 사더라도 실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전기 무인 수직 이착륙 비행기’가 대세
최근 PAV 개발 업체들은 도로 위 자동차 기능은 꼭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날 수 있는 비행기를 굳이 도로에서 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자동차와 비행기 기능을 결합하는 설계가 복잡해 기술 제약도 많다.
이 때문에 여러 업체는 ‘수직 이착륙'(VTOL·Vertical Take Off and Landing) 기능이 확실한 소형 비행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인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고, 무인 자율 비행이 가능하고, 헬리콥터와는 달리 소음이 적은 PAV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가 개발하려는 PAV도 마찬가지다.
‘PAV 서비스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곳은 우버다. 기체 개발에만 집중하는 여타 업체와는 달리, 막강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 실행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버는 보잉·벨(헬리콥터 제조사) 등 6개 컨소시엄을 개발 업체로 선정해 다양한 에어택시를 공동 개발 중이다. 내년 미국 댈러스·LA, 호주 멜버른에서 시범 운영을 한다. 이를 위해 우버는 헬리콥터(우버콥터) 서비스를 먼저 개시해 비행 루트와 관제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있다. ‘LA공항→도심’처럼 교통 체증이 심한 길을 추려, 10분 내외로 데려다주는 에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유럽 항공 제조사 에어버스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투자를 받은 독일의 볼로콥터는 미국의 우버에 대항해 유럽 시장을 장악할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에어버스는 지난 5월 승객 4명이 탈 수 있는 PAV 시티에어버스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모델을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공항에서 도심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에어 셔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볼로콥터는 지난달 고층 빌딩이 빼곡한 싱가포르 도심에서 시험 비행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이 회사는 2022년 개량한 볼로시티를 양산해 주요 도시와 협약을 맺고 에어택시 통합 설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 충전·정비 시설, 관제 시스템을 갖춘 PAV 정거장인 ‘볼로포트’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향후 PAV 도심 내 이착륙장은 빌딩의 헬리콥터 이착륙장(헬리패드)이나 공항 한쪽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무인 PAV, 무인 자율차보다 빨리 온다”
하늘은 도로와는 달리 텅 비어있다. 복잡한 도로보다 자율 비행을 하기에 훨씬 수월하다. 전문가들이 “무인차보다 무인 PAV가 더 빨리 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중국 드론 업체 이항(EHang)은 무인 드론 택시 비행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항이 오스트리아 항공 업체 FACC와 공동 개발한 ‘이항 216’은 지난 4월 조종사 없이 일반인 2명을 태우고 오스트리아 한 축구장 공중을 선회하고 내려왔다. 이 제품을 2020년 양산하기로 한 이항은 이미 수천 건 사전 주문이 들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예상 가격은 20만유로(약 2억6000만원)다. 2023년엔 광저우에서 에어택시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무인 자율 비행이 상용화되려면 엄격한 안전 검증을 거쳐야 한다.
김병수 경상대 교수는 “자율 비행은 현재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부품이 고장나거나 관제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전지 기술 앞선 현대차, 美·유럽에 도전장]
NASA 최고위직 영입하기도… 한화는 우버 파트너사에 투자
한국의 PAV(개인 소형 항공기) 개발은 미국·유럽·중국 업체에 비해 한발 늦었다. 하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따라잡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방산업체인 한화시스템은 우버의 파트너사인 카렘이 설립한 ‘오버에어’에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수직이착륙 PAV 개발 업체로, 한화는 이를 통해 국내 에어택시 사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차는 지난달 PAV 개발을 위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부를 꾸렸다. 늦었지만, 거물을 영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최고위직(부국장)이었던 신재원 박사를 UAM 사업부장(부사장)으로 데려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PAV를 하늘로 띄우려면 배터리 무게를 무한정 늘릴 수 없는데, 수소전지는 리튬이온전지보다 효율이 좋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로는 최대 30분 비행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수소연료전지는 한 시간 이상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PAV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올해 항공우주연구원·민간기업 등과 함께 ‘PAV 협의체’를 구축, 무인 비행이 가능한 PAV 시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2023년 시제품을 만들어 2025년 시범 비행을 하고, 2030년엔 상용화에 이른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내년 6월 구체적 로드맵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주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PAV는 사고·안전·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수억 번 비행에 한 번 사고 날 정도의 안전성이 검증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https://www.msn.com/ko-kr/money/topstories/류정의-뉴스-저격-광화문에서-강남역까지-5분…-도심형-에어카-시대-온다/ar-BBX8vDV?ocid=spartanntp